[北 경수로 시찰단 방한]남북관계 돌파구 열릴까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24분



북한 경수로 고위정책자과정 시찰단 20명의 방한은 남북관계의 경색국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업이므로 (방한 사실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적 의미 부여를 애당초 차단하고 나서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든 상황이다.

▽북 경수로 관계자 방한 의미〓북한 시찰단의 방한은 일단 순수한 실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찰단의 방문이 경수로 완공 이후 경수로 운영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란 점에서 다소 ‘명분상의 정합(整合)성 부족’을 무릅쓰고라도 남측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KEDO와의 경수로 사업에 거는 북한측의 절박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그동안 남측의 ‘비상경계 태세’를 문제삼아 이산가족 상봉을 취소시키고 6차 장관급 회담을 결렬시켰던 북측이 별다른 상황변화가 없는 데도 시찰단을 보낸 데 대해 일말의 기대감을 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방한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로 미뤄볼 때 북측의 태도 변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북측 시찰단도 자신들의 방한이 남측 언론에 보도되는 데 대해 극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KEDO 사업과 남북관계 사이에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일정〓북한 고위정책자과정 시찰단의 견학과정이 끝난 뒤에는 KEDO와 북한 간에 합의된 ‘훈련의정서’에 따라 본격적인 훈련 일정이 진행된다.

당초 훈련의정서 상에는 주계약(TKC·2000년 2월3일 발효) 체결 후 18개월이 되는 시점에 북한 훈련생 529명이 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일정은 당초보다 늦춰졌다. 일단 KEDO측은 내년 상반기에 경수로 사업이 진행되는 현지 훈련센터에서 북측 인원을 훈련시킬 예정. 이어 하반기부터는 원자력 기본강좌, 화학, 기계정비, 컴퓨터 처리 등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위한 66개 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북측 인원 290여명이 2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남한 땅을 밟게 된다.

물론 경수로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과정에서 북측도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공사가 상당부분 완료되고 원자로와 가압기 등 핵심부품이 인도되기 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을 받는 등 안전조치 협정을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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