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포상누락자 훈장수여 포기]"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업"

  • 입력 2001년 12월 17일 06시 17분


노병들의 기대감만 부풀려놓고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6·25전쟁 포상 누락자 훈장 수여사업’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게 정부 유관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6·25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다 되는 시점에서 전쟁 당시 누가 무공훈장을 받을 만한 공적을 세웠는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내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훈장 가치 저하를 우려하는 무공훈장 소지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데다, 월남전 참전 군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훈장 제도가 6·25전쟁 와중에 만들어짐에 따라 공을 세우고도 훈장을 받지 못한 억울한 사연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1954년 이후엔 6·25 참전 용사들에게 단 한번도 추가로 훈장이 수여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새로 훈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 군인은 어림잡아 76만명. 이 가운데 23%가 넘는 18만명이 공적을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았다. 국방부는 6·25전쟁의 훈장 수여 비율 23%는 어느 전쟁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숫자라고 밝히고 있다.

전쟁 초기엔 훈장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가훈장이라는 종이쪽지를 발급했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누락자 발굴을 위한 구제포상을 실시함으로써 6·25 무공훈장 수여는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참전 군인들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손대지 말았어야 할 사업을 시작해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6·25전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정부의 순진한 발상이 문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

6·25전쟁 50주년을 계기로 잊혀져가는 이 전쟁의 역사적 의의와 교훈을 되살리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

사업기간은 각각 6·25전쟁 발발과 휴전협정 조인 50주년이 되는 2000년 6월 25일부터 2003년 7월 27일까지 3년1개월 간이다.

주요 사업은 지난해 실시한 낙동강 반격, 인천 상륙, 서울 수복 행사에 이어 2003년 세계평화선언 등이며 육해공군 전투기념행사는 2000∼2003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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