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愼정국’ 급속 냉각…국회 멈추나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38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28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출석 요구안을 강행 처리함에 따라 정국은 급속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간 대치정국은 당장 내년도 예산안 및 주요 법안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 회기(12월 8일까지)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파장이 그 정도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법사위 표결로 신 총장을 국회에 불러낼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만큼 신 총장 출석 요구와 자진 사퇴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또 신 총장이 다음달 5일 법사위에 출석하지 않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안 발의의 수순을 밟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행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에 따라 신 총장은 정해진 날에 법사위에 출석해야 한다. 증감법 4조에는 ‘상임위에서 안건심사와 관련해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문화돼 있다.

증감법에 따르면 또 출석통보를 받은 당사자가 소명을 하고 안 나올 경우 국회는 다시 국무총리의 소명을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무 장관이나 총리의 소명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 3년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신 총장이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어느 시점에 탄핵안을 낼 것인지, 또 신 총장과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탄핵을 동시에 할 것인지 아니면 시차를 둘 것인지 등 전략적인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론은 29일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러시아 핀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야 내려지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를 중대한 국정위기로 판단, 지금까지와는 다른 임기말 관리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끝내 ‘거야(巨野)의 힘’으로 김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이회창 총재에 대한 김 대통령의 태도도 총재직 사퇴 때와는 다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대국민 홍보를 강화함으로써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 전례가 없는 데다 명확한 혐의가 없는 신 총장을 국회에 불러내 정치적으로 흠집을 내려는 것은 국가공권력을 뒤흔들려는 거야의 횡포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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