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실상 '제2창당' 선언]"이젠 DJ색깔 빼야 우리가 산다"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숙의 - 조세형 특위위원장
숙의 - 조세형 특위위원장
17일 서울 여의도 모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의 핵심화두는 ‘제2의 창당’이었다.

오후 5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무려 7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라는 ‘위기’를 정권재창출을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대위가 당의 향후 진로를 ‘제2의 창당’으로 잡은 것은 민주당의 ‘DJ 색채’를 씻어내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을 향한 1보도 내디딜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특대위의 한 관계자는 “10·25 재보선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이 ‘DJ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될 게 뻔하다”며 ‘탈(脫) DJ’를 강조했다.

특대위 난상토론은 이런 위기의식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최근 김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한 의원은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와 함께 당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앞으로 당이 사느냐 죽느냐는 모두 우리 하기 나름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3명의 참석자 전원이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한 참석자는 “특대위는 사실상 제2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해서 민주화하고 현대적인 ‘새로운 민주당’이 되지 않으면 당이 깨지고 모두 죽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당명 개정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동의했다.

이어 ‘새로운 민주당’의 구체적 모습에 대한 제안과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대위는 제2창당 작업이 현 정권을 부인하고 짓밟는 형태가 아니라 DJ를 발전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당에서 DJ 색깔은 확실히 빼되 각종 개혁정책과 대북화해협력정책 등 주요정책은 계승 발전시키고 내년 대선도 인물 대결보다는 확실한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는 이른바 ‘단절과 승계’의 논리였다.

참석자들은 또 “대의원이 1만명이든, 10만명이든 과거처럼 체육관에 모아놓고 한번에 치르는 경선은 우리만의 행사일 뿐, 국민의 축제가 될 수 없다”며 경선과 전당대회 방식에 대한 민주적인 개혁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대위의 한 위원은“특대위 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을 막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져서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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