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끝나자 ‘맥빠진 국회’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14분


이무영청장 예산보고
이무영청장 예산보고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너무도 달랐다.

26일 국회 행정자치위는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도 출석했으나 제주경찰서 정보보고서 유출 및 한나라당 제주도지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여야간의 공방은 당초 예상과 달리 맥이 빠졌다. 10·25 재·보선을 앞두고 이들 문제를 놓고 총력전을 폈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이날은 간사 합의 아래 각각 1명씩만 질의하고 끝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대표질의자로 나선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집권 여당이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경찰에게 ‘야당의 프락치 노릇을 했다’는 등의 언어 테러를 한다면 경찰이 앞으로 민감한 문제를 정보보고하겠느냐”고 따졌다.

또 민주당 대표질의자로 나선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한 국회의원의 단순 여행을 야당 의원과 지구당 간부, 정보 경찰이 짜고 의혹을 증폭시킨 것 아니냐”며 “경찰이 특정정당에 놀아나는 장난감이냐”고 다그쳤다.

묻기는 심각하게 물었지만 양당 모두 답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이무영 청장이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의례적으로 대답했지만 더 따져 묻는 의원은 없었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는 진상 규명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이용삼(李龍三·민주당) 위원장도 “(이 문제를) 자꾸 얘기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이라며 서둘러 상임위를 마무리지었다.

상임위 일정도 재·보선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 10월 초중순에 열릴 예정이던 대부분의 상임위가 재·보선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다음주부터 벼락치기 상임위가 잇따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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