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압수수색' 강력 성토 "독재보다 더한 정치폭거"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48분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당 소속 의원 30여명과 함께 강원 강릉에 내려가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2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로부터 긴급보고를 받았다.

이 총무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마친 이 총재는 의원들에게 “두 사람(경찰 정보보고 문건 유출과 관련해 제주경찰서 임모 경사와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김모 조직부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알렸고,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경찰이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정부 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 총재는 김용환(金龍煥) 의원과 강창희(姜昌熙) 의원의 입당식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 내용을 트집 잡아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고, 제주지부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작태가 벌어졌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도 “여당이 25일의 재·보선에서 승산이 없자 심야에 유례 없는 야당 탄압을 자행했다”며 결연한 투쟁을 주장했다. 이 총무는 “여권이 앞뒤도 모르고 날뛰고 있다”며 “후안무치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흥분했다.

400여명의 참석자들은 “독재보다 더 한 폭거, 심야테러 사죄하라” “야당탄압 헌정파괴, 대통령은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침에 눈뜨기 겁난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이 정권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당 내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증거 없이 여권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비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소지도 있었는데,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위기를 피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야당의 실명 거론이 무리였다면, 경찰의 압수수색은 더 큰 무리였다”며 “경찰의 과잉 조치가 우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송인수선대인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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