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사언급 진전없어…고이즈미“식민지배 반성-사죄”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11분


'반성'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역사인식과 꽁치 분쟁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한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있는 독립공원을 찾아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시설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으로부터의 침략, 조국분단 등 참기 힘든 곤경과 수난 속에서 (한국 국민이) 받은 고통은 저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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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이어 가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독립공원을 방문,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을 평가한다”면서 “앞으로 이것이 구체적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오홍근(吳弘根)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 두 정상은 양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역사 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조기에 실무협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전세계의 누구라도 부담 없이 전몰자에 대한 참배가 가능한 그런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남쿠릴열도 ‘꽁치 조업 분쟁’과 관련해 “일-러간 협의에서 우리의 전통적 어업이익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고이즈미 총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나 한국엔 절실한 어업문제이므로 금후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 외교당국간 협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 밖에 △대북정책 공조 △테러 대책 △2002년 월드컵 및 ‘한일국민교류의 해’에 따른 상호 협력방안 △한국민의 일본 입국비자 면제문제 △일본의 대한(對韓)투자 확대 △국산 돼지고기의 일본수출 문제 △재일한국인 참정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18일 열리는 중국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재회동을 희망한 데 대해 이를 수락하는 한편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공식 방한해 주도록 초청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 이어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이날 오후 귀국했다.

<윤승모·부형권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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