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흘째 공전]野 "與 안들어오면 단독국회"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6분


'의장 사회보러 가시죠'
'의장 사회보러 가시죠'
여야는 12일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 파문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민주당의 완강한 안 의원 사과 요구에 한나라당은 자민련과 함께 야당만의 단독 국회를 추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회의〓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민주당측이 안 의원 발언을 계속 문제삼는 것은 대정부질문에서 여권 실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며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국회가 공전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6·25가 통일 전쟁’이라고 말했기 때문인데 이에 사과할 생각은 않고 우리 당 총재 죽이기에 나서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흥분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도 “어제 우리가 많이 양보한 절충안을 제시했는데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꾀를 내 국회를 안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움직임〓오전 당 4역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이재오 총무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명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및 문제 발언의 속기록 삭제 등을 하지 않는 한 국회 대정부질문 속개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당 4역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통일 의지를 강조한 것을 야당이 거두절미해 왜곡한 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과 음해”라고 비난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이재오 총무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안 의원 발언 및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명시적으로 사과하기로 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면서 “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야당 총무를 만나 협상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단독 본회의 추진〓이재오 총무 등 한나라당 총무단은 오전 11시반경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을 찾아가 본회의 진행을 요구했다. 이 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는 회의 진행이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자 총무단은 “개의 선언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가자”며 강제로 이 의장을 본회의장으로 데리고 갔다.

이 의장은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어제 여야 총무들 사이에 거의 의견을 모았다가 사소한 문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니 일단 민주당 의원들이 등원할 때까지 기다리자”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달랬다. 30분 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나 둘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이 의장도 퇴장했다.

▽야당 소장파 불만〓김원웅(金元雄) 김홍신(金洪信) 서상섭(徐相燮)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따로 만나 “색깔 논쟁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안 의원과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주장에 소속 의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 총재에게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으나 이 총재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장의 결단 시사〓이만섭 의장은 “집권 여당은 국정에 책임이 있는데다 추경예산안과 민생 법안 등 처리할 안건이 많은데 국회를 이대로 두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일본 총리가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하는데 국회가 제대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의 발언은 민주당이 15일에도 대정부질문에 불응할 경우 야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시사로 받아들여졌다.

<문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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