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영수회담 전격수용' 이후 큰 그림은

  • 입력 2001년 9월 9일 19시 07분


‘DJP 공조’ 붕괴,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유임,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 내정 등 지난 주 여권의 지각 변동을 바라보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총재는 그동안 여권의 당정 개편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해 왔다. 7일 의원총회에서 당정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없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담겨 있는 국민적 질책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 영수회담을 역 제의한 게 이 총재의 유일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를 놓고 당 일각에선 “여권이 인사 불만 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데 야당 총재가 뭐 하러 영수회담을 제의해 여당의 불을 대신 꺼주려고 하느냐”는 비판적 지적이 나왔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 중진 의원들은 “차제에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여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를 끌어안아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이 총재를 다그쳤다.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JP는 물론이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을 만들기만 하면 내년 대통령선거는 하나마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판단은 이들과 정반대이다. 김 대통령을 무작정 압박하기보다 궁지에 몰린 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활로를 터 줘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따른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이 시점에서의 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JP 및 YS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조만간 이들을 만나 정국에 대처하는 지혜를 구하기는 하되 국회법 개정 등의 적극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이들과 섣불리 손을 잡았다가는 ‘수구 보수 연대’로 비쳐져 오히려 여권이 의도하는 ‘보혁 대결’ 전선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9일 “보수 대연합을 하는 식으로 보이면 20, 30대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JP와 덜컥 손을 잡는 것은 DJ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양휘부(梁輝夫) 총재특보는 “여당이 대야(對野) 투쟁을 계속하더라도 야당까지 대여(對與) 투쟁을 할 수는 없다는 게 총재의 생각인 것 같다”며 “이 총재는 앞으로 정치를 여야 관계가 아니라 국민과의 관계로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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