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에 비정치인 기용, 박지원수석 역할 커질듯

  • 입력 2001년 9월 9일 16시 1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상주(李相周) 정신문화연구원장을 대통령비서실장에 내정함으로써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이른바 ‘여권 빅3’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비서실장 발탁 배경〓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일 이상주 비서실장의 기용에 대해 “이 실장내정자가 경북 출신이란 점을 고려했다”며 “이로써 여권 ‘빅3’가 경기(이한동 총리) 호남(한광옥 대표) 영남으로 지역안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역할분담의 의미도 있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비정치인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앞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내각의 업무조정에 역점을 두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당무와 정치는 한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수석 역할 주목〓여권 일각에선 ‘비정치인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앞으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육자 출신인 이 실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안팎의 평이 나쁘지 않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통합조정력과 정치적 위기대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 수석이 아무래도 일정부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실장 내정자도 내정 직후 “7일 저녁 박 수석을 만나 비서실장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비서실장 인선에 박 수석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한광옥 비서실장이 민주당 대표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에 박 수석이 대신 연락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선 뒷 얘기〓이 실장 내정자는 대학 총장 시절 김 대통령에게 가끔 교육 관련 조언을 했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 내정자는 ‘2001 한국 방문의 해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문화관광부장관이던 박 수석과 친하게 지냈다는 후문이다.

박 수석은 “한국 방문의 해 추진위원장 사무실이 문화관광부에 있었는데, 이 실장 내정자가 매일 출근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 내정자는 지난해 서울대 사범대 선배이기도 한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중국을 방문할 때 수행한 적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각계에서 10여명의 실장후보를 추천받아 숙고를 거듭했으며, 특히 이 실장 내정자는 모대학 총장이 추천했다”고 귀띔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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