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언론자유 망칠것-탄압 아닌 법집행"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38분


세무조사 대책 협의(위쪽) 이회창총재가 입당식을 가진 신구범(아래왼쪽) 등과 악수하고 있다(아래)
세무조사 대책 협의(위쪽) 이회창총재가 입당식을
가진 신구범(아래왼쪽) 등과 악수하고 있다(아래)
여야는 27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논평과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세무조사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리 대결을 벌였다.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총재단 회의에서 “우리 당이 언론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특정 언론사 봐주기가 절대 아니다”며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언론사 세무사찰이 이 나라 언론에 가져올 비극적 결과를 막겠다는 일념에 의한 것이다. 야당의 주장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잘못한 정권을 비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언론의 존재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는 게 이 총재의 주장이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현 정권은 개혁 대상자들을 우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치면서 개혁을 하고 있다”며 “교육개혁과 의료개혁이 그랬듯, 이번 언론개혁도 이 땅의 언론자유를 망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언론사주 고발 관련 발언을 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에 대해 “국세청도 검찰도 아닌 이 총무가 언론사주 사법처리 여부를 어떻게 아느냐”며 “이는 언론말살 공작본부가 따로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홍근(吳弘根) 국정홍보처장이 일부 언론을 수구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오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전국 시도지부장회의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에 거당적 차원에서 적극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박 총장은 “최근 언론노련과 한겨레, 민주당 등이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0% 이상의 국민이 ‘언론기업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고 나서는 것은 곧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부 언론이 한나라당에 강력 대응을 주문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한나라당이 대다수 국민을 선택할 것인지 특정 언론에 잘 보이려는 태도를 취할 것인지 주목하겠다”고 말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회창 총재는 자신이 국무총리로 있던 94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에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고 비아냥댔고,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대권 공작 시나리오를 만들어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로 보는 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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