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설움 안겪어본 사람 몰라"…이총재 세입자들 간담회

  • 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5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7일 전·월세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 중곡4동의 서민 주택가를 찾았다.

이 총재는 먼저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해 “나도 젊었을 때 전셋집을 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고통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정부가 매년 50만가구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인근 한 분식집에서 이 지역 세입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입자〓과외비로 초등학생 20만원, 중학생 20만원이 든다. 학원엘 안 보내면 학교 공부가 안된다. 사교육비 5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씩을 내면 월급쟁이들이 뭘 먹고 사나.

▽이 총재〓전·월세 대책을 당에서 마련해 내놨는데 정부 여당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세입자〓의약분업도 불편만 크고 건강보험료는 50%나 올랐다. 전기료 가스료도 올라 없는 사람은 죽겠다. 왜 정책 실패의 부담을 서민에게 지우나.

▽이 총재〓지금 (정부 여당을) 많이 야단치고 있다.

▽세입자〓이웃에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이 있는데 노동을 한다. 내 아이도 일본에서 장학생으로 유학 중인데 귀국하면 취직이 될지 모르겠다.

▽이 총재〓정부가 돈을 들여 비정규직 취업을 늘린 뒤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발표하는데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현대와 대우 문제를 봐주다 결국 망하고 국민세금만 날린 격이 됐다.

이 총재는 26일엔 경제 부처 중견 공무원과 젊은 기업인 등의 모임인 ‘미래를 경영하는 연구 모임’에 참석했다. 또 31일엔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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