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30대여성 美망명 신청…北 민간인 첫사례

  • 입력 2001년 5월 10일 00시 57분


한인회 관계자를 만나 기뻐하고 있는김순희씨(오른쪽) [사진제공 한국일보]
한인회 관계자를 만나 기뻐하고 있는
김순희씨(오른쪽) [사진제공 한국일보]
북한에서 탈출한 여성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밀입국,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미 샌디에이고 한인회 부이사장을 지낸 한청일씨(54) 등 한인회 관계자들은 9일 북한을 탈출한 김순희씨(34)가 최근 미국에 밀입국하려다가 체포됐으며 현재 정치적 망명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미국에 밀입국한 첫 북한 국적자이며 북한 고위층이 아닌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에 망명을 요청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김씨는 인민학교(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94년 아들(당시 2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 김씨는 6년동안 중국 옌볜(延邊)에서 숨어 살며 생선장사와 뜨개질 등을 해 돈을 모아 위조 중국 여권을 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차례로 거쳐 지난달 6일 미 샌디에이고에서 동쪽으로 50마일 정도 떨어진 오타이메사 국경검문소를 통해 입국하려다 연방이민국(INS) 직원에게 체포됐다. 엘 센트로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는 한인회 관계자와 미 인권변호사들의 도움으로 8일 밤 잠정 석방됐다.

김씨의 국적이 북한인 것을 발견한 미 인권단체 소속 변호사들의 연락을 받고 소식을 알게 된 한씨는 김씨의 미국 체류를 위해 INS에 난민지위 부여와 함께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한씨는 김씨에 대한 망명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씨가 추방되지 않도록 추방청문회가 열리는 법정에 출두해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신변 보호를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쓴 다음 김씨의 석방 허가를 받아냈다.

김씨는 석방 후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데려와 미국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씨 등 한인회 관계자들은 “김씨는 미국에서 추방되면 갈 곳이 없는 불쌍한 우리 동포”라며 “캘리포니아주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그녀가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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