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가 엉망이네"…李총재 保·革갈등 차단나서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5분


한나라당 내 보혁(保革)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마침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총재는 16일 총재단회의에서 전에 없이 단호한 어조로 이에 대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흔히 쓰는 표현대로 마치 ‘군기’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회의에서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이 지난주 김원웅(金元雄) 의원의 발언 파문의 경위를 설명하자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김 의원이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반대성명을 내거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정책을 비판한 것은 정치적 소신 때문인데 이런 것까지 문제삼아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이 총재는 “초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독버섯 같은 수구세력’ 등의 표현상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이는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징계를 요구한 것과는 별개”라며 “같은 당에서 밥을 먹는 동지들끼리 적보다 더 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이 총재는 의원총회에서도 “당내에서 자유롭게 토론은 하되 절대 금도(襟度)를 지켜야 하며 상대방의 자존심을 뒤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이 점은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관계자들은 이 총재의 발언 배경에 대해 “김원웅 의원의 발언 파문이 자신의 지도력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보혁을 아우르는 통합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소장파 의원은 “총재가 당내 보수세력 감싸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갑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총재가 당 화합을 명분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 총재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또 “당내 보수파 중진들에게 ‘독버섯’ ‘친일파’ ‘수구세력’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한 김원웅 의원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은 “이번 사안은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토론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며 “당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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