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쇠고기 원조 의식 이례적 '양보'

  • 입력 2001년 3월 2일 23시 24분


‘주체 외교’를 자랑하던 북한이 변했나. 북한이 1일 타결된 독일과의 수교협상에서 독일 외교관과 원조기관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 것을 비롯해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수교협상에서도 의외로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협상 타결 후 ‘북한식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북한이 이처럼 저자세를 보인 이유는 뭘까. 일단 독일의 쇠고기 원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소 20만마리분의 쇠고기 원조를 위한 첫째 조건으로 내세운 분배의 투명성을 위해선 외교관과 구호단체 요원의 이동의 자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수교 협상에서 보여준 북한측의 유연한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네덜란드(1월15일 수교)와 벨기에(1월23일 수교)는 북한과 수교협상을 벌이며 자국의 주한대사가 북한대사를 겸임하고 당분간 제3국에 주재하는 북한대사가 자국대사를 겸임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북한은 이를 수락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다소 굴욕적으로 보이는 수교 조건을 수용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한 데다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출범 이후 대(對) 유럽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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