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보관 제3인물 찾아라…핵심인물 연루 가능성

  • 입력 2001년 1월 22일 16시 27분


검찰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의 공소장에서 안기부 돈이 국고수표에서 조성돼 신한국당 계좌로 흘러 들어간 과정을 자세히 적시했다. 안기부와 재정경제부 지출관이 95년 안기부 일반예산과 예비비에 대해 국고수표를 발행해 시중은행에서 20억∼50억원짜리 일반 수표로 바꾼 것은 95년 2∼10월.

이 돈은 몇 차례의 돈 세탁을 거쳐 모두 시중은행의 ‘국제홍보문화사’ 명의의 계좌(구 안기부의 차명계좌)에 입금됐다. 김 전차장이 돈을 최종 인출한 것은 95년 10월7일부터 96년 1월27일까지. 2억원에서 200억원의 수표로 18차례에 걸쳐 출금된 수표는 ‘원상태’로 강의원에게 전해졌다.

그런데 이 수표는 1일∼1년2개월이라는 간격을 두고 신한국당 계좌에 들어가거나 현금화됐다. 최장기간 어디에선가 체류한 수표는 95년 10월7일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에서 13억원짜리로 발행됐다가 96년 12월6일 상업은행 마포지점에서 현금화됐다.

결국 이 기간 중 누가 왜 수표를 원상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지는 사건의 핵심과 관련이 있다. 단순하게 김 전차장이나 강의원이 보관하고 있었을 수 있지만 ‘제3자’가 김 전차장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었다가 강의원에게 전달했다면 사건의 구도는 바뀌게 된다.

이는 강의원이 “당에서 운영자금을 받았지만 안기부 사람은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차장은 입을 다물고 있고 강의원은 조사를 하지 못해 우리도 진상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금고에 보관됐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만으로는 그럴 수도 있으나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의원은 수표를 전달받은 뒤 95년 10월18일∼96년 12월6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이 돈을 입금하거나 현금화했다. 이중 400억원과 360억원이 총선 직전인 96년 1월30일과 3월9일 각각 입금됐으며 다시 수억원짜리 수표로 쪼개져 후보들에게 전달됐다. 강의원이 수표를 입금시킨 계좌는 모두 이재현씨 등 당 관계자이거나 ㈜한송건설 명의의 계좌였으며 수표를 직접 현금화하는데도 모두 당 관계자들이 배서를 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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