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 판단 착오로 남북화해 물거품 될수도"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27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차기 미국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 등 군비 증강에 대한 열의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미국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편집장이 7일 주장했다.

이그네이셔스 편집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지에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칼럼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판단 착오로 인해 남북 화해가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지난 주 김대통령을 인터뷰했으며 김대통령이 빠르면 3월경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행정부의 관계자들을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부시 당선자를 만나면 자신의 대북 ‘햇볕정책’을 계속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면서 “부시 당선자에게 기존의 진로를 바꾸지 말고 지속적인 대화를 지지해 김정일(金正日)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고 요청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는 안보가 적국과의 대화를 통한 연성 정책을 통해 가능한지, 혹은 적국의 무력을 압도하는 군비 증강이라는 강성 정책을 통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외교 시험장이 되고 있다”며 “올바른 선택은 강온정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지만 부시 행정부는 군비 증강에 대한 열의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인터뷰 도중 신중하게 단어를 선별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부시 당선자의 NMD 구상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NMD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불량국가로 보고 있다”며 “한국 관리들은 부시 행정부가 공격적으로 NMD를 추진한다면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다시 고립으로 돌아가게 되며 이 경우 극빈한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는 군사력밖에 없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 계단엔 커다란 한반도 지도가 걸려 있었다면서 “이 지도에는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2차세계대전 뒤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가 자신의 생전에 통일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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