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측은 영수회담에서 이총재가 “차를 갖고 들어오던 여직원이 놀랄 정도로 고함을 쳤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회담장을 나설 때 화가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고 밝혔지만, 실제상황은 달랐다는 게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박수석은 “청와대 본관에는 차 심부름하는 여직원이 없다. 본관 엘리베이터도 대통령 전용으로 김대통령이 특별히 노약자 등에게 타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총재는 회담장에 올 때도 계단으로 걸어 올라왔고, 갈 때도 걸어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제 회담에서 대통령이 국회 남북관계특위를 거론하자 이총재가 ‘야당은 명단을 제출했으나 여당이 내지 않아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여야 모두가 명단을 제출했다”며 “또 이총재가 금융구조조정이 된 것이 없다고 말한 것도 실상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5일 “이총재가 직접 ‘고함을 쳤다’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총재가 자기 질문서에 대통령이 한 말을 연필로 적어 이를 보여주며 구술한 만큼 모든 게 다 사실”이라며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의원 꿔주기’를 사전에 알았음이 드러나자 청와대측이 엉뚱한 시비를 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그동안 여야 총재 자격으로 모두 일곱 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결과는 매번 신통치 않았다. 정치권 인사들은 그 주된 원인으로 두 사람의 상호 불신을 꼽았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여서 상대가 아무리 약속과 다짐을 해도 믿지 않기 때문에 회담에서의 합의가 깨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회담을 제외하고는 매번 두 사람이 그럴 듯한 합의 사항을 발표했는데도 곧이어 불거진 돌발 악재(惡材)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곤 했다.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의원은 이를 ‘대권을 놓고 벌이는 제로 섬 게임의 폐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이나 이총재 모두 정권 재창출 또는 대권 쟁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서로를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패배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였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