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학자 유열씨 딸 인자씨 한적 수기공모 최우수상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38분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상봉장에서 북한의 원로 국어학자인 유열(柳烈·82)씨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목놓아 울던 딸 인자(仁子·60·부산 연제구 연산4동)씨.

그는 최근 대한적십자사가 실시한 수기공모에서 ‘가장 큰 보너스’라는 글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이 수기에서 어렵고 삶에 지칠 때 힘을 주고 용기를 잃지 않게 한 아버지가 북으로 돌아가고 없지만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살아 계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딸의 심정을 잔잔하게 표현했다.

인자씨는 한시도 잊지 않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와의 상봉’ 꿈이 현실로 이뤄져 이젠 맺힌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8월15일 생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격의 그 날. 참고 참았던 서러움과 그리움이 뒤범벅 돼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립고 보고 싶었던 아버지는 야윈 손으로 내 볼을 쉬지 않고 어루만졌다. 백발의 머리, 움푹 들어간 볼, 그러나 나와는 너무나 닮은 모습.”

그는 마치 꿈속을 여행하듯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으로 3박4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짧은 만남 뒤의 긴 이별을 맞아 서로 울지 말고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약속한 부녀는 또다시 절규했다고 썼다.

인자씨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맏딸이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려준 것이 무엇보다 귀중하고 가치 있는 선물이었다”며 “8·15 이산가족 상봉은 내 생애 가장 큰 ‘보너스’였으며 이산가족에게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이 글을 비롯해 응모한 32편의 수기를 조만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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