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徐대표의 '뒤늦은 탄식'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36분


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최근 기자면담 등에서 털어놨다는 ‘변명 섞인 자탄(自歎)’을 통해 우리는 집권당이 무기력하게 된 연유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다. 당정개편 ‘서대표 교체설’보도가 나도는 가운데 나온 서대표의 탄식은 듣기에 민망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것대로 민주당의 실상을 엿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서대표는 당의 ‘전략과 개혁마인드 부족’, 그리고 ‘정책과 비전 결여’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당정개편과 관련해 보도되는 ‘실세 대표론’에 대해 “실세(대표)라는 것은 인물이 누구든 간에 시스템이 잘되어야 한다. 당 운영에 대표가 실제로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서대표의 발언은 바로 그동안 언론에서 누누이 강조해온 바와 같이, 민주당이 ‘당내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채, 당의 공적 기구와 조직이라는 시스템보다는 동교동계라는 특정인맥과 사람 위주로 운영되어 온 것을 확인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의 얼굴이요 운영자인 대표라는 위치에서 이제야 ‘실제로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표가 얼마나 겉돌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대표 따로 실세 따로였다는 얘기다.

하필 이제 와서, 그동안 말없이 당대표에 안주(安住)하던 서대표가 갑자기 목청을 높이는데 대해 ‘그동안은 뭘 했는가. 일찌감치 대표직을 걸고 당의 쇄신을 시도하든지 도저히 안되면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론으로 민주당이 당내 민주화와 시스템을 통한 당 운영만이 집권당 난조를 해결하는 핵심요건이며, 그런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어떤 개편도 쇄신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서대표가 뒤늦게나마 공언한 것이라고 본다.

서대표가 당내에 인재가 많은데도 활용이 안됐다면서 재선 3선급인사를 거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현 정권의 당정개편은 동교동계이거나 거기와 맞서지 않는 인물 기용으로 반복되었다. 그러니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또 서대표가 “나를 대표로 데려올 때는 밑에서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는데…”라고 한 데서도 밝혀지듯이 ‘얼굴 마담’이나 갈아 끼우는 식의, 그래서 시중의 일시적인 화젯거리나 제공하는 깜짝쇼 인사는 결코 오늘의 집권당 안팎에서 펼쳐지는 문제를 수습할 수도, 민심을 반전시킬 수도 없음을 당의 총재인 김대중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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