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쇄신 어떻게" 신경전…'동교동계 거취' 공방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2분


당정쇄신과 관련한 여권내의 논의가 혼란스럽다. 각자의 처지와 소속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그 내용과 방향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당3역의 일괄교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후임대표 인선을 둘러싸고는 ‘원외 화합형’ ‘원내 관리형’ ‘원내 실세형’ 등 주장하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다. 서영훈(徐英勳)대표 유임론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인선안에 들어가면 당내 계파별 시각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 구파가 김원기(金元基)상임고문에 대해 우호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측은 서대표의 유임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가운데 소장파 의원들은 “누가 되든 관계없이 쇄신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서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나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등을 포함한 청와대 개편문제에 대해서도 소장파 의원들은 “대폭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은 “두 사람이 뭔가 잘못이 있다고…”라며 유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권최고위원 등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흐름이 존재한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등은 여전히 동교동계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권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권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날 경우 계파정치가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며 “예견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의 기류는 권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은 유지하되, 당내 영향력은 축소시키는 쪽으로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다. 즉 심의, 의결권 보장 등 최고위원회의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권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중 하나’로만 역할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