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보도 '한나라당 차기 대권장악 시나리오 '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7시 00분


한나라당이 차기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여권핵심부와 한나라당에 적대적 언론인에 대한 비리파일 수집을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이같은 사실은 12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한나라당 내부문건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DJ레임덕 동향을 파악해 사회혼란시 DJ정권 연착륙 유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이회창 총재 비토세력을 거세하기 위한 방안을 은밀히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기획위원회(위원장 맹형규 의원)가 지난 8월에 작성한 이 문건(사진)은 ‘향후 주요 업무 추진 계획-10대 핵심과제 중심-’이란 제목의 A4 용지 8장 분량으로 차기대선에서 이회창 총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기본전략 등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을 분석해 보면 한나라당이 그 동안 보여준 대 여 투쟁전략도 이 문건의 내용을 기초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건은 이회창 총재가 지난 4월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5월 31일 전당대회에서 총재직에 재 선출된 뒤 맹형규 기획위원장에게 차기 대선 플랜의 마련을 지시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맹형규 위원장은 문건의 작성 배경에 대해 “문건을 수도 없이 만들어 언제 만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기획위원회의 할 일을 정리해 총재에게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건에는 이회창 총재가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것을 전제로 10대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문건이 밝히고 있는 10대 핵심과제는 1. 총재 이미지 제고 2. 지지세력 외연 확대를 통한 총재 대세론 확산 3. 국정운영 프로그램마련을 통한 대안 제시 4. 주요정책 이슈별 해결방안 마련 5. 2000. 9 ∼ 2002. 12 각종 주요 정치·사회 일정 정리 및 활용방안 마련 6. 2002년 대선 대비 사전 준비작업 7. 언론대책 수립 8. 당내외 인력풀 활용방안 9. 남북문제 입장정리 10. 인터넷 활용방안 등이다.

이 10대 핵심 과제는 현재 상당 부분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권교체후 DJ에게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개발을 통한 DJ 중립화 유도방안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여야 영수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두 달에 한번씩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이 총재의 의도가 ‘DJ 중립화 유도’에 그 목적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3항의 국정운영에서는 차기 집권 1순위에 걸맞는 전문가 그룹 조직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부문도 유승민 여의도 연구소장과 특보단 등에서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11월 경제 전문가 모임인 안민포럼에서 이 총재의 연설은 이런 노력의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6항의 ‘2002 대선…’에서 제기한 ‘검찰·방송·국정원·경찰 중립화 방안’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검찰 중립화를 위한 3가지 입법안을 냈으며 이 총재의 측근인 고흥길 의원이 ‘언론 감시’모임을 추진하고 있고, 임동원 원장의 지속적인 사퇴촉구와 경찰 중립화 언급 등이 그것이다.

당내 사이버 홍보팀이 만들어진 것도 ‘인터넷 활용방안’을 지적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건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여권 핵심부의 비리관련 자료 축적’을 제시한 부분과 언론대책 중에 ‘적대적 집필진 비리 등 문제점 자료 축적’을 제안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이른바 권력과 언론의 약점을 쥐고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총재 비토세력 현황파악 및 대응방안’ 항목에서 여론 주도층 내 비토그룹 실체파악과 대책마련을 지적했다.

‘여론 주도층 확보방안’에선 사회 각분야 리더그룹을 성향별로 분석해 고정지지그룹·지지그룹·잠재지지그룹·중립그룹·적대그룹·고정적대그룹 등으로 분류해 고정지지세력 이탈방지책, 지지세력의 고정지지세력화, 잠재지지세력의 지지세력화 방안을 구분·수립할 것을 언급했다. 여론 주도층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DJ 레임덕 동향 파악 및 대응방안’이란 항목에서 ‘사회혼란 초래시 DJ정권 연착륙 유도 방안’을 거론한 뒤, ‘경제분야 문제로 인한 DJ정권 급락 가능성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언급해 주목된다.

장병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