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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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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식의 진화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는 현 여권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내분 요인을 권최고위원과 정최고위원, 또는 권최고위원과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간의 감정 대립과 화해로 포장해 잠시 서랍속에 넣어 둔, 말 그대로 ‘봉합’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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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최고위원을 옹호하는 ‘친권(親權)파’와 그를 비판하는 ‘반권(反權)파’의 갈등, 당권파와 소장파 의원들간의 인식 차, 차기 대선후보 경선 구도를 의식한 예비 주자들간의 알력 등 이번 파문의 와중에 드러난 본질적인 문제가 권, 정 최고위원 두 사람의 악수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후보 경선 도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이 7일 정최고위원의 문제 제기의 정당성을 확인하면서, 난국(亂局) 초래에 책임이 있는 당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의 총체적 쇄신을 거듭 촉구한 것도 바로 이같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최고위원은 특히 현 정권 출범 후 현재까지를 1기와 2기로 구분한 뒤 2기의 특징을 동교동계 전진 배치라고 규정하면서 “(현 난국을) 동교동계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요한 책임’이 토론돼야 한다”고 주장, 오히려 ‘동교동계 퇴진론’이 아직도 여권의 주요현안임을 확인시켰다.
동교동계 전진 배치에 대한 김최고위원의 비판은 해석하기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 운영 스타일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노갑 퇴진론’의 파장은 전반적인 여권의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론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권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이 한화갑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호남대통령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기자들이 다 아는 것 아니냐”라며 한마디로 일축, 차기 대선후보 경선 구도에 대한 한최고위원 등 신주류의 구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이 연말경 당정 쇄신안을 내놓을 때 이 모든 문제 제기에 대한 해법을 담으려 하겠지만, 당내 제 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김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권노갑 퇴진론’의 여진은 당정 개편 이후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정 개편 자체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