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파문 새국면]권위원 "DJ뜻이라면" 고개숙여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9분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이 ‘주군(主君)의 명(命)’에 따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6일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지으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화 분부’를 받은 직후부터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전 예고한 7일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당의 단합을 호소합니다’라는 제하의 발표문만 기자실에 돌렸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이번 국회가 잘 마무리되고 당이 단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제기한 ‘2선 퇴진론’이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자신에게 쏠린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할 것이라던 측근들의 장담과는 달랐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측근인 이훈평(李訓平) 김방림(金芳林)의원이 “5분만이라도 기자들에게 얘기 좀 하라”고 강권하다시피 했지만 그는 계속 손만 내젓고 당사를 빠져나갔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권최고위원의 성정으로 볼 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시간이 좀 흐른 뒤 백의종군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아침 평창동 자택과 승용차 안에서 이뤄진 권최고위원과의 문답요지.

―정최고위원이 제기한 ‘2선퇴진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유언비어를 근거도 없이 얘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정최고위원이 그날 당돌하게 얘기한 것은 아니고 미리 2, 3일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정최고위원과 통화했나.

“(정최고위원이) 만날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내가 동국대 이사회가 있어 바쁘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 해서 노벨상 시상식에 안갔나.

“당 분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일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과 더 멀어진 것 같은데….

“우리는 동교동 1세대로서 형무소에도 함께 간 동지이고 친형제나 다름없다. 혈맹동지인데 어떤 이견이 있겠나. 오해가 있었다면 경선 때 있었는데 그것도 다 풀었다.”

―8·30전당대회 때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밀어 반발이 더욱 큰 것 아닌가.

“나는 누구와도 거리를 두지 않는다. 다 우리 식구들이다.”

<문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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