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연대'지도부와 오찬]한나라 소장파도 '쓴소리'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57분


한나라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6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당 운영방식과 리더십에 대해 거침없는 고언(苦言)을 토해냈다. 마침 민주당이 ‘동교동계 2선 후퇴론’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터여서 이들의 고언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남경필(南景弼) 서상섭(徐相燮) 김부겸(金富謙)의원 등 당내 소장파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의원 13명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이총재와의 오찬에서 이총재의 당 운영 방식과 당내 의견수렴절차를 집중 비판했다. 이들은 4일 준비모임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과 양정규(梁正圭)부총재 등이 배석했다.

이들은 먼저 “주류 중심의 당운영으로 당내 비주류가 설자리가 없다”며 “비주류 중진들에게 당직을 배려하는 등 각종 채널을 통해 비주류를 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 의원은 “선거사범 편파수사와 관련한 부산규탄집회 후 등원논의 과정에서 비주류측을 소외시켜 비주류의 강한 반발을 샀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지난달 24일 전격적인 국회등원 결정과정에 대해서도 “이총재가 의원들의 의견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총재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차갑고 협량(狹量)인 듯한 느낌을 준다”며 듣기 거북한 얘기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국회 등원이나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 결정 등으로 인해 총재 이미지가 좋아졌다”며 “앞으로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총재는 전격 등원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한 데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했고, 다른 지적들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민주당의 잇단 악수(惡手)로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지만 오늘은 작심하고 말했다”며 “조만간 이총재와 다시 저녁자리를 갖고 훨씬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총재는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최근 여권에 대한 여론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즐기는 분위기가 당내에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일침을 놓았다.

이총재는 “요즘 여당이 재집권하기 어렵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지, 우리 당에 대한 지지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겸손하게,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며 국가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의 이같은 지적에는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에 정비례해 한나라당과 자신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데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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