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농민까지…" 엎친 데 덮친 여권 한숨만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9시 00분


의료대란과 경제난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농민과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당인 민주당의 한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22일 당의 최대 관심사도 검찰총장 등 탄핵안파동으로 빚어진 파행정국의 복원이 아니라 새롭게 불거진 농민들의 과격한 집단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당 정책위도 이날 ‘파김치’가 됐다. 사태해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였지만 당정회의하랴, 이익단체를 면담하랴, 대책을 세우랴 눈코 뜰 새 없는 하루였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의료대란이 겨우 진정되는가 했더니 이제는 노동자와 농민이 기다리고 있다”며 “언제나 평안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은 나름의 대책을 마련중이다. 노동계와 농민에 대한 대응책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양대노총의 시위는 정부의 4대개혁 방침과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정회의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공기업 및 철도노조의 구조조정 시기 및 규모 등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농가부채 탕감문제에 대해서는 농민들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한 편이다. 민주당이 농민시위 다음날인 22일 즉각적인 농가부채 경감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의 피로감’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대란에 대해서는 “애초에 소수정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꼴”이라며 “올해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에 대해 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했었다는 것.

신기남(辛基南) 제3정조위원장은 “정치인들이 ‘표가 떨어진다’느니, ‘정권 뺏긴다’느니 하면서 당장 제반 정책에 영향을 주려고 해 각 이익집단이 돌아가면서 나서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책이 이익단체의 압력이나 대중심리에 의해 결정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이익단체들이 정치권을 향해 ‘너희는 타협을 못하면서 왜 우리만 타협하라고 하느냐’고 하면 할말이 없다”고 자성론을 폈다.

집단행동의 고삐를 잡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자니 ‘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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