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뇌부 탄핵]자민련 당론 못정하고 진통 계속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자민련은 16일 저녁 검찰수뇌부 탄핵안에 대한 당론 결정을 위해 두 번째 의원총회를 가지려다 이를 17일로 연기했다. 15일 첫 의총에서도 탄핵안 가결 및 자유투표 주장이 비등했는데 곧바로 의총을 갖게 되면 분위기가 강경론 쪽으로 더 쏠릴 수도 있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지도부는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각개격파에 나섰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소속의원 6명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같이 했고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 등은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강창희(姜昌熙)부총재를 만나 설득을 시도했다. 소속의원 17명 중 5명이 강경파로 분류되나 이중 3, 4명은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지도부의 기대.

그러나 강부총재는 “표결에 불참하거나 부결 쪽에 투표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지도부가 당론을 무리하게 강요하려다간 우리 당은 자멸하고 말 것”이라며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그는 “검찰권 공백사태가 문제라면 검찰총장만 가결시키면 된다”는 입장.

‘자유투표’를 주장해온 이재선(李在善) 정진석(鄭鎭碩)의원 등도 “민주당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경파로 분류된 의원들 중 일부는 “민주당이 우리를 설득하는 방법이 없지 않을텐데…”라며 은근히 ‘몸값 올리기’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강경론이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 지도부는 “표결에 참여했다간 자칫 모든 덤터기를 우리 당이 뒤집어쓸 수 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 한 당직자는 “이젠 민주당이 먼저 판을 깨 표결을 막든지 해주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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