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합의서 가서명]대북투자 안전판 마련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남북은 11일 평양에서 열린 정부 당국자간 2차 남북경협 실무회담 마지막 날 회의에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 절차 등 4개 분야 합의서에 가서명했다.

양측은 앞으로 장관급회담에서 정식서명하고 내년 상반기중 발효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남북간에 경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틀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경협 4개 분야 합의서 요지
분 야주요 내용
투자
보장
-대우:상대편 투자자 투자자산 수익금 기업활동에 최혜국대우
-수용 및 보상:상대편 투자를 공공목적 수용 및 국유화 원칙적 금지
-송금보장:투자자금에 대한 자유로운 송금 보장
-분쟁해결:당사자간 협의 우선.해결 안되면 공동중재기구에 회부
이중
과세
방지
-투자소득은 소득발생지에서 10% 이하 세율로 과세. 정부 지자체 중앙은행 수취이자는 면세
-기업이 상대지역에 고정사업장이 없을 경우 상대지역 사업소득 비과세. 건설사업장의 경우 6개월미만 단기사업활동 비과세
-항공기 등 수송수단 이용한 사업소득은 소득발생지와 거주지에서 각각 과세. 단 소득발생지에서 세액의 50% 감면
-연예인 체육인활동과 관련, 상대 활동지역 소득 비과세
-변호사 회계사활동은 고정사업시설이 없거나 시설이 있더라도 183일 미만 단기체류시 용역 수행지에서는 비과세
-상대지역 파견근로자는 1년중 183일 미만 체류시 용역 수행지 비과세
-이중과세 방지는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면제 방식 채택
청산
결제
-남북이 각각 청산은행을 선정해 청산계정 설치
-결제통화는 미국 달러화로 하되 남북이 합의하는 다른 통화로도 가능
-서명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당상품과 한도 등을 결정
상사
분쟁
해결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남북이 각각 위원장 1명,위원 4명(총 10명)
-중재절차:중재신청,상대편 중재위원장에 통보,중재판정부 구성 및 판정
-중재재판부:양측이 각각 1명씩 중재인 선정후 중재인 합의로 의장중재인 선정. 중재인 합의 안되면 쌍방 중재위원장 합의로 의장중재인 선정
-중재판정 준거법:당사자가 합의한 법령에 따르되 관련법령 없으면 남북의 관련법령, 국제법의 일반원칙, 국제무역거래관습에 따름

▽4개 분야 합의서 내용〓4개 분야 합의서는 양측 기업인들이 상대지역에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투자보장 합의서는 남북이 상대방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하고 투자관련 자금에 대해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했다. 투자에 대해 공공목적의 수용이나 국유화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는 소득면제 방식을 채택해 한 곳에서 세금을 물리면 다른 곳에서는 면세된다. 이자 및 배당소득과 로열티 등 투자소득은 국제관례에 따라 소득발생지역에서 10% 이하의 낮은 세금을 물리고 본국에서는 그 차액만을 내게 했다.

연예인과 체육인이 당국간 합의나 승인을 받아 상대지역에서 활동해 돈을 벌 때 상대지역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청산결제 합의서는 남북 기업이 제3국이 아니라 남북이 지정하는 은행을 통해 거래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해 부대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남북간에 직접적인 환결제나 송금 등이 가능해진다. 또 미국 달러화 외에 남북이 합의해 환율을 직접 정하는 제3의 ‘가상통화’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상사분쟁 해결 합의서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당사자간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안될 경우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토록 했다.

▽합의서 채택 의미〓4개 분야 합의서가 채택됨으로써 앞으로 남한 기업의 북한 진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계는 대북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 등의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또 청산결제합의서가 효력을 발휘하면 남북간의 교역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근경(李根京)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번 합의서 가서명과 북한의 식량배분 현장 시찰로 남북 경협이 앞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분야 교류활성화가 다른 분야 관계개선을 촉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언제 효력 발생하나〓합의서에 가서명했다고 해서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합의서에 정식 서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필요할 경우 합의서를 조약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합의서 형태가 지속되면 이에 따른 국내법을 손질해야 한다. 만약 조약으로 한다면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내년 중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무회담 뒷이야기〓남북 대표단은 회담기간 중 거의 매일 철야협상을 하는 강행군을 했다. 특히 10일 밤까지 몇 가지 분야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출발해야 하는 11일 오전에 극적으로 타결하는 등 막판 진통을 겪었다. 오랜 분단 때문에 합의서 문구 작성과정에서 일부 ‘언어 장벽’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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