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조엔 규모 北지원 검토" 남북-미 급속 접근에 초조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17분


일본이 북한에 50만t의 쌀을 지원하기로 한데 이어 1조엔(약 10조500억원)의 지원을 검토하는 등 경제력을 앞세운 ‘구애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급속히 접근하고 있는데 대한 초조감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일본 내부에는 “한국과 미국의 움직임에 페이스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있다.

▽1조엔 지원설〓일본 정부는 피랍 일본인 문제와 미사일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약 90억달러(약 1조엔)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26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지원금의 60%는 무상, 40%는 차관으로 주는 방안이 유력하며 이 방식은 65년 한일협정 당시 한국에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를 제공한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

이 신문은 “지원금 중 일부는 현재 북한이 일본의 민간기업에 지고 있는 1000여억엔 규모의 빚을 갚는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해 일본 재계의 대북 불신감을 해소,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상 규모〓일본 정부가 한일협정을 ‘교과서’로 삼겠다는 입장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보상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산청구권’에 의한 경제지원방식으로 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재산청구권’은 물론 북한과 일본이 과거 교전상태에 있었던 만큼 배상과 보상권도 갖고 있다고 주장해 온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쟁점은 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협정 당시 한국에 제공된 5억달러는 현재 가치로 67억달러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상 규모는 북한의 경제 사정, 수교 시기,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 수준 등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크다.

▽수교회담〓북한과 일본은 30, 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11차 수교 회담을 갖는다. 양측은 그간 평양과 도쿄 회담에서 각자 할 말은 다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은 특히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일본이 많은 쌀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뒤에 열리는 만큼 북한측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일본 정부가 납치의혹 문제를 수교와 동시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절충할 가능성도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