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방북]北 "자주통일" 강조 배경뭘까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59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은 24일 “통일은 외세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주인이 돼 해결해야 할 민족 내부문제이며, 자주적 해결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최고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왜 새삼 ‘자주 통일’을 강조하고 나섰을까.

전문가들은 방송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가 급류를 타고 있는 반면 남북관계는 상대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최근의 기류 때문에 남측의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북―미관계에 비해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이산가족문제와 경협실무접촉 등 남북간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이 북측의 수신거부로 판문점이 아닌 유엔을 통해 전달됐다. 남쪽에서는 벌써 북한의 이런 태도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자주통일 원칙을 거듭 밝힘으로써 북한이 한반도문제 논의과정에서 남한을 ‘소외’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의 ‘이원적 접근’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보장’문제는 미국과 해결하고, ‘통일’문제는 자신들이 주도해서 해결한다는 이중전략을 써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것.

올브라이트장관의 방북으로 북―미관계 개선과 ‘체제보장’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통일문제를 한반도문제의 중심의제로 설정하겠다는 의사를 남측에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자주적 통일논의’는 곧 주한미군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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