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방북]"北어린이와 율동 함께 한 첫 장관"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57분


23일 역사적인 북한 방문을 시작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첫 공식일정으로 김일성(金日成)전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전격 회담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3일 오후 올브라이트 장관이 묵고 있는 백화원영빈관을 찾아가 회담하기에 앞서 올브라이트 장관과 잠시 환담.

이날 회담은 백화원영빈관 서관에서 진행됐는데 동관에 머물고 있는 올브라이트 장관은 미리 회담장에 가서 기다렸으며 김위원장은 환한 얼굴로 웃으며 잰걸음으로 들어와 올브라이트 장관과 두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위원장에게 수행한 미국측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개했으며 김위원장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해금강 총석정 대형 벽화를 배경으로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24일 오전으로 예상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담이 23일 오후 3시로 갑자기 당겨지자 미 국무부 관계자들과 취재기자단은 물론 북한측 관계자들까지 놀라며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구나 김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를 직접 방문하는 파격을 연출한 뒤 회담이길어지자 일부에선 24일 올브라이트 장관의 기자회견 때 중대한 양국의 관계 개선 합의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계관(金桂寬)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은 올브라이트 장관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차출된 리무진을 타고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직행.

평양 시가지에는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인 탓인지 행인들이 비교적 많았으며 전차 안도 출근하는 승객들로 붐볐다. 대표단과 취재단의 차량행렬이 지나가자 이를 지켜보던 행인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곧이어 금수산 기념궁전을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안내로 방문. 미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올브라이트 장관은 15분 동안 김일성 주석의 유해가 안치된 묘소를 참배했으나 잠시 유해를 바라보기만 했을 뿐 헌화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

○…올브라이트 장관은 금수산궁전 방문 뒤 평양 낙랑구의 정백2유치원을 찾아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지켜본 뒤 직접 율동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국무장관이자 어린이들과 율동을 함께 한 최초의 장관”이라며 “미국으로 돌아가 손자들에게 여러분들이 얼마나 귀엽고 춤을 잘 추는지를 얘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 유치원에서 봉사 중인 세계식량계획(WFP) 직원들에게 “이 어린이들은 굶주림의 두려움 없이 자라나야 한다”면서 “국제지원 식량은 반드시 원래 의도한 대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 WFP의 더글러스 브로데릭 국장은 “‘기아’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북한의 식량상황은 좋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23일 올브라이트 장관 일행의 평양 도착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을 모신 금수산궁전을 찾아 23일 미 합중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수행원들과 함께 경의를 표시했다”고 보도. 통신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금수산궁전 참배에는 조명록 차수와 백남순 외무성 부상, 려춘석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이 함께했다”면서 참석 인사들을 자세히 소개.

○…미 신문들은 23일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소식을 일제히 1면 기사로 보도했으며 방송과 통신사도 현지 소식을 시시각각 보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과의 반세기 적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각료로는 처음으로 평양에 도착했다”면서 대표단의 일정과 계획,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전망 등을 상세히 소개. CNN방송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체류 소식을 국제뉴스 톱기사로 계속 보도했으며 AP AFP 통신 등도 쉴새없이 평양발 기사를 타전했다.

<이종훈기자·평양〓한기흥특파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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