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장관, 당정회의서 예금보장제싸고 격론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9시 06분


내년 1월 예금부분보장제도 시행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17일 열린 민주당과 재정경제부 당정회의에서는 연기론을 주장한 일부 의원과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 사이에 2시간에 걸쳐 격론이 벌어졌다.

진장관은 이날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자들과 만나 작심한 듯한 표정으로 정치권의 ‘시행 유보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예금부분보장제도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의원들이 자금의 급격한 이동만 우려하고, 정책이 바뀔 때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 500억달러의 유출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적 파장만 우려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고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고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진장관은 또 “나는 괜찮지만 공무원을 데려다 질책만 할 거라면 앞으론 (당정회의에) 안 나오겠다고 할 것”이라며 “밖이나 야당이 그러는 건 이해하지만 여당마저 발목을 붙잡고 나서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1인당 보장한도를 애초 2000만원에서 이번에 5000만원으로 높인 것인데도, 가구당 한도액으로 잘못 이해하는 의원들도 많다”며 정치권의 ‘무지(無知)’를 비판하기도 했다.

회의에서 박병윤(朴炳潤)의원 등은 “예금부분보장제를 시행할 경우 우량금융기관으로의 대규모 자금이동에 따른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일본도 계속 연기하고 있으니, 3년 연기해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도 “금융구조조정을 연말까지 끝낸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진장관은 전날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확실한 ‘언질’이라도 받은 듯 시종 거침없는 태도였다. 그는 “금년 말까지 금융,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못한다면 내가 그만둬야 한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금융시장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원안대로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며 “심각한 자금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계속해서 시장상황을 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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