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창건 방북단 귀환…백기완씨, 55년만에 누나 상봉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북한의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 참관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남측 인사 42명이 14일 낮 12시 북측 고려항공 특별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거쳐 서울 김포공항에 돌아왔다.

방북단 대표 자격으로 노동당 창건기념 행진 및 횃불시위를 참관하고 묘향산을 관광한 한완상(韓完相)상지대총장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탓인지 북한은 정치성을 띤 행사에 방북단을 일절 참가시키지 않는 등 남북화해 무드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한총장은 “방북단 일행 중 일부가 김일성(金日成)묘소를 관람하겠다는 뜻을 북한 안내원에게 밝혔는데도 북측에서 ‘남측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묘소 관람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 그는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공식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이후 남북 화해 노력이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밑거름이 되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백기완(白基玩·66)통일문제연구소장은 방북단의 끈질긴 요청으로 13일 북에 둔 누나 인숙(仁淑·72)씨를 55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백씨는 “헤어질 때 17세 꽃다운 처녀였는데 가랑잎처럼 마른 모습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누님도 나를 보고 ‘도토리처럼 단단하던 네가 쭉정이가 돼버렸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매년 ‘어머니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는 사모곡(思母曲)을 신문에 써 왔던 백씨는 누이가 전한 어머니의 사망 소식에 혼절했다. 백씨는 “누님과 또다시 헤어질 때 누님은 버스에서, 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며 재이별의 아픈 순간을 회고했다.

백씨는 서울 귀환후 누님과 함께 흘린 눈물을 닦았던 분홍빛 손수건을 품속에서 꺼내며 “이것은 누님과 나의 55년간 쌓였던 한(恨)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눈물”이라며 “빨지 않고 고이 간직했다가 앞으로 통일박물관이 세워지면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승훈·하태원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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