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노벨상 수상]청와대 스케치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0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 관측으로는 정국 운영이 한결 원만해질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 한국 최초의 수상인데다, 수상 사유가 남북 관계 개선이어서 여야 모두 경축할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망도 그렇다. 노벨상 수상으로 김대통령이 세계가 인정하는 지도자로 부상, 여야의 소소한 정쟁(政爭)에서 그만큼 자유롭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여야 갈등의 주요 요인이었던 남북 문제에 대해 국제적 신임을 얻은 셈이어서 김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13일 이와 관련,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앞으로의 정국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세계적 지도자가 된 김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겉으로는 '노벨상 수상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하지만 내심 떨떠름한 기색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가적 경사에 재 뿌리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노벨상과 정국의 분리에 나설 태세다.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으로 여권이 마치 국정 운영 전반의 절대적 전권을 위임 받은 것처럼 처신해선 않된다는 것이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여야를 떠나 국가적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이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은 곤란하다"며 "노벨상은 노벨상이고 정치는 정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야당의 대북(對北) 관련 공세의 수위를 낮출 수는 있어도 여야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총재는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이제 그렇게 바라던 노벨상도 받았으니 앞으로는 내정(內政)에 전념해달라'는 것"이라며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김대통령에 대한 국내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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