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통일방안 국민투표' 발언 배경

  • 입력 2000년 10월 9일 23시 0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9일 영수회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북한이 사실상 연합제에 접근하고 있다”며 “어쩌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상황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투표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남북한이 현재까지 통일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없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의 산물(産物)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 나타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공통성이 있다는 점만이 천명된 상태.

북한의 통일방안은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원칙으로 남북정부가 정치 군사 및 외교권을 갖자는 것. 이에 반해 남측의 연합제안은 ‘1민족 2국가 2체제 2정부’를 기초로 하고 있다. 국가 기능에 차이점을 두고 있지만 북측이 정상회담 당시 남북 각각의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갖는다고 강조함으로써 연합제안에 가까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북측도 현재로서는 통일방안을 두고 다급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통일논의를 위해서는 남북간의 신뢰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언급은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나가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통일문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는 안건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즉 △남북통일방안 △대규모 대북지원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신임투표 정도로 국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으로 국민이 다소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대북정책 추진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우려도 없지 않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도 “대통령도 ‘지금 당장 (국민투표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필요할 때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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