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자민련 갈등]국회법개정안 합의사항 논쟁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45분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면전에서 속기는 처음이다.”(자민련 이양희·李良熙총무)

“지금 와서 그렇게 얘기하다니 정말 상대 못할 사람이다.”(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

‘10·5’ 국회정상화 합의 후 민주당과 자민련 사이에 요란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양당은 6일 국회법개정안 처리문제에 관한 여야 합의사항을 둘러싸고 격렬한 ‘거짓말 논쟁’을 벌였다.

6일 잇따라 열린 자민련의 고위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에선 “민주당이 자민련을 팔아먹었다” “장외투쟁으로 본때를 보여주자”는 원색적인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의 측근인 김영진(金榮珍)총재비서실장마저 “진짜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며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이양희총무는 “한나라당처럼 우리도 실력을 보여줘야 얻을 게 생길 것 같다”며 원내외 병행투쟁 방침을 천명했다. 이총무는 정균환총무가 자필로 쓴 합의문 1안과 2안을 공개한 뒤 “사전에 ‘2안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며 “정총무가 합의문 발표 전에 전화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의 설명은 달랐다. 정총무는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로 이총무에게 ‘이번 회기내 심의’라는 문구를 일일이 다 읽어줬고, 발표 직전에도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에게 다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자민련이 합의사항을 사전에 ‘양해’ 또는 ‘묵인’해놓고 뒤늦게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도 “국회법개정안의 ‘운영위 환원’은 자민련과 이미 상의된 것이며 자민련이 요구한 ‘처리’라는 말은 한나라당이 못 넣겠다고 버텨 빼게 됐다”고 협상과정을 소개했다.

이처럼 양측의 설명이 달라 상호 불신의 골만 더욱 깊게 팰 전망이다. 그렇다고 당장 자민련이 이한동총리의 철수 등 극한대립으로 몰고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도 밉지만, 한나라당도 밉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민련은 “오늘부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두고 보면 안다”고 했다. 대북문제와 의약분쟁 등에서 독자노선을 걸으며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경고였다.

<이철희·전승훈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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