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자금 의혹]검찰-국정원-관계자 반응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54분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나온 400억원 이상이 96년 15대 총선직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본보에 보도되자 관련 기관과 당사자들은 4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검은 이날 오전 수뇌부 및 중앙수사부 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안기부 자금 유입여부에 대해 ‘확인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가 불가피하지만 여야 영수회담을 앞두고 야당을 자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해 시간을 갖고 수사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 간부들은 이 사건에 대한 공개수사가 ‘야당탄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수사를 주저해왔으나 본보가 이를 보도하자 “차라리 잘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대검의 한 관계자는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는 등 정치적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며 “국가기관이 국가예산을 집권여당의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것은 중대한 범죄로 반드시 발본색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과거정권의 안기부에서 있었던 일로 현 국정원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국정원 직원들은 “안기부가 예비비와 각 부처에 숨겨진 정보비 등을 ‘정치공작’이나 여권지원 등에 사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며 “이번 경우도 그런 사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기부가 돈세탁용 비밀계좌를 갖고 있었던 점을 들어 안기부 자금이 나온 계좌가 돈세탁 계좌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96년 총선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權寧海)씨는 이날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전혀 할 이야기가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당시 안기부 예산을 관리했던 김기섭(金己燮)전 운영차장은 새벽에 지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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