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방장관회담 표정]金인민무력부장 '중절모신사' 변신

  • 입력 2000년 9월 25일 20시 13분


사상 첫 남북국방장관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은 25일 오후만큼은 ‘군인’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1차 회의와 점심식사를 끝낸 뒤 제주도 관광길에 나서면서 군복과 군모를 벗어던지고 멋진 중절모의 ‘노신사’로 변신한 것.

그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북한 군인’이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달리 솔직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 남측 대표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부장은 오후 2시40분경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한라산의 대표적 등산로인 영실 입구에 도착해 영실기암(靈室奇巖)과 한라산 생태계 등에 대한 설명을 경청.

김부장은 이달 중순 제주도를 방문했던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와 마찬가지로 한라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백록담의 물깊이는 얼마나 되느냐” “화산 폭발은 언제 됐느냐”며 질문을 연발. 김부장은 항몽유적지와 도깨비도로, 분재원 등을 둘러보면서 나름의 해박한 지식을 과시해 눈길.

○…조장관과 김부장은 24일 저녁 승용차에 동승해 제주도 서해안도로를 따라 75분간의 요담을 나눈 데 이어 25일에도 4시간 이상 동승. 이날 1차 회의 시간이 1시간25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차량 회담’이 훨씬 더 길어 회담장 안팎에서는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

정부 관계자는 “첫 국방장관회담인 만큼 공식적인 협상테이블보다 편안한 차안이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했을 것”이라고 언급.

○…북측 대표단이 남측 기자단의 취재경쟁에 대한 거부반응을 여러 차례 표시하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측 대표단과의 인터뷰는 안된다” “육성 녹음을 자제해달라”며 기자단에 신신당부.

또 당초 남측은 조장관의 기조발언문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북측이 남북을 막론하고 기조발언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남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후문.

한편 김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남측 신문이 김인민무력부장 선생이 오신 것을 대서특필했다. 신문을 봤느냐”는 조장관의 물음에 “봤다.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기대가 큰데…”라며 말꼬리를 흐려 남측의 큰 관심에 대한 ‘부담’을 노정.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