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조건부 등원"이후]野 '모양새'찾기 신경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로 여야의 상징적 대치 전선(戰線)이 흐려짐에 따라 국회 정상화를 앞둔 여야의 접점 찾기 작업이 분주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4일 ‘KBS 일요진단’에서 “여당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면 국회에 들어갈 것”이라며 조건부 등원 의사를 밝혔으나 최종 방침은 유보했다. 당직자들도 당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등원 쪽으로 기우는 추세임을 인정하면서도 등원 여부에 대해선 “총재가 고민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총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전후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이총재는 차제에 여권의 기세를 꺾으면서 등원하는 묘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총재가 당내 등원파들을 무마하면서도 국민 정서를 업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총재와 가까운 한 당직자도 “한마디로 ‘폼 나게’ 국회에 들어가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총재는 그동안 장외투쟁으로 충분한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역집회(7일)와 부산역 집회(21일)를 통해 여권의 실정(失政)을 알릴 만큼 알렸고, 박장관의 사퇴로 여권의 자존심을 꺾는 데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 중진들간의 비공식 접촉에서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원인 무효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도 있음을 밝혀 한나라당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남은 게 있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포괄적인 유감 표명과 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특검제 정도이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를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금명간 국회가 정상화될 것임을 낙관하면서도 “도대체 이총재가 말한‘최소한의 성의 표시’가 무엇이냐”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특검제만 빼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다 들어준다는 입장인데도 저쪽으로부터 딱 부러지는 공식 제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직개편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비공식적으로 강경파인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과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책임자인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나 이는 내부 문제로 협상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전향적인 자세로 당직개편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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