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사퇴 여권파장]동교동계 氣 꺾이나?

  • 입력 2000년 9월 20일 23시 23분


박지원(朴智元)전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는 여권 내부의 ‘권력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그동안 박전장관의 사퇴 문제를 둘러싸고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을 좌장으로 하는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 일부 소장파 의원들 간에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결과는 권최고위원 등 동교동계가 밀린 양상이다. 권최고위원은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죄가 없는데 무슨 사퇴냐. 확증도 없이 사퇴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지만, 박전장관은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권최고위원이 박전장관 옹호론을 펴던 그 시간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송훈석(宋勳錫) 김희선(金希宣)의원이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박전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박전장관 사퇴 논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교동계의 타격이 어느 정도인지 더욱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권최고위원은 그동안 여권 내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박전장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전장관이 ‘최측근 실세’로 부상한 것은 권최고위원 등 동교동 주류의 지원 덕이 컸다는 것이 여권내의 일치된 견해다. 박전장관의 사퇴는 그 자체로 동교동 진영에는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박전장관의 사퇴와 함께 검토되고 있는 당3역 개편 문제도 동교동계에는 부담이다.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당직개편론의 대상 중엔 동교동계의 또 다른 핵심인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포함돼 있다. 역시 동교동계인 윤철상(尹鐵相)의원은 선거비용실사개입 의혹을 자초하는 발언으로 이미 사무부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대세는 동교동계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입지상실분석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권최고위원이 박전장관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사퇴의 필요성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권 전체의 ‘좌장’으로서 총대를 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내 조율사로서 권최고위원과 동교동계는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권후반기에 가까워질수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서는 가신들에게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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