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사퇴론]청와대 "법-원칙대로" 겉으론 담담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16분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 문제로 민주당이 술렁거리는 것과는 달리 청와대는 의외일 정도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법과 원칙대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처한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박장관 사퇴 문제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 박장관 거취에 대한 모든 판단과 결정은 검찰 수사가 완료된 뒤에나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참모들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어느 시점에서는 여론에 밀려 박장관이 사퇴하는 사태가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 가뜩이나 처지가 어려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할 민주당이 박장관 사퇴 문제를 들고 나와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떠넘긴데 대해 참모들은 “그럴 수가 있느냐”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여권 내에서 돌출한 배경에는 수세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한 충정보다는 중진들간의 파워게임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그 ‘진원지’를 바라보는 청와대쪽의 시선은 더더욱 냉랭하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박장관의 해명대로 결백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통령 핵심 참모들 간에는 한나라당이 ‘실세’인 박장관을 표적으로 삼아 총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장관이 물러난다면 한나라당의 다음 표적은 누구라는 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말로 최근의 흐름을 보는 청와대측의 시각을 전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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