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특강서 '봉변'…대학생들 "매국노" 욕설

입력 2000-09-05 23:24수정 2009-09-2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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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5일 오후 연세대 행정대학원 특강을 통해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총재는 특강 서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 같은 흐름이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도록 야당총재로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남북문제는 국민의 안위와 나라 장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문제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하겠다”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점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가 전시용 이벤트로 흐르는 점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은 점 △남북관계의 진행 방향이 분명치 않고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 △언론이 남북관계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소극적인 점 등 6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총재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 “방북할 기회가 생긴다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반드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또 대북정책의 목표를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두 가지로 요약하고 이를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이총재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이라며 남북이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개설, 부대이동과 군사훈련의 통보, 군인사 교류와 정보교환 등 ‘운용적(Operational) 군비통제’를 먼저 실시한 뒤 군비축소 등 ‘구조적(Structural) 군비통제’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이총재는 “남북이 상호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기존경계와 관할구역을 존중할 것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며 “정부가 을지―포커스 훈련을 대폭 축소한 일은 유감스러우며 주한미군 문제가 불쑥 부각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이총재가 특강을 한 연희관 건물 앞에는 특강 전부터 대학생 10여명이 이총재의 대북노선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특강이 끝난 뒤에도 한총련 소속 대학생 40여명이 건물 입구를 가로막는 바람에 이총재는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사대매국 보수반동 반통일 왕초 이회창은 물러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매국노 이회창” 등의 욕설을 퍼부었고, 수행원들도 “정신 나간 X들”이라고 맞고함을 지르며 10여분간 대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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