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문건 파문]여야 "사전조율" "원칙수사" 공방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51분


검찰의 ‘4·13’총선 선거사범 수사자료가 공개되자 여야는 31일 저마다 자료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자료에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난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이러다 검찰의 수사강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들 중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 자신들이 ‘축소수사 혐의자’로 분류될 것을 걱정해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수사자료가 민주당이 검찰과 선거사범 처리를 사전 조율했음을 확인해주는 근거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공안부의 문건은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의 발언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정권퇴진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성명에서 “검찰 보고서야 말로 여권이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선거사범을 처리해 왔다는 증거”라며 “야당의원 다수에 여당의원 소수 끼워넣기 식으로 선거사범 처리를 해온 검찰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수사자료에 나타난 사법처리 가능대상 민주당 의원 9명이 바로 민주당 윤의원이 언급했던 ‘분명히 기소돼야 하는데 기소안된 10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자료에 적시된 한나라당 의원들의 혐의사실이 대부분 경미한데도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반면 상대적으로 혐의가 무거운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편파수사 시비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내 특위를 가동, 관련자료 수집에 나섰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는데 우리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며 대응을 피했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민주당은 아는 바 없다”고 발을 뺐다.

일부에선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사대상에 더 많이 올랐다며 역공을 취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수사자료의 사법처리 가능 의원 19명 중 야당 의원이 10명으로 여당 의원 9명보다 많다”면서 “야당의 선거부정이 더 심했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선관위의 선거비용실사 결과 고발되거나 수사의뢰된 여당 의원이 12명으로 야당의 7명보다 많았을 때는 ‘여권의 부정선거 증거가 드러났다’고 하더니, 이번 검찰 수사자료에 수사 대상에 오른 야당 의원이 여당보다 더 많게 나타나니까 ‘편파수사’ 주장을 펴고 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전승훈·선대인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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