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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2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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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영남은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전략지역. 더구나 현역의원이 한 명도 없는 원외 취약지라서 선거운동을 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각 후보진영의 공통된 판단이다. 현역 의원들에 비해 평소 후보들을 접할 기회가 적은 원외위원장들이 후보 선택에 있어 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22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대구 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각 후보들은 이를 의식해 ‘영남 배려론’을 내세우며 원외지구당의 위상 강화, 중앙당과 지구당의 상시 대화채널 가동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후보간 연대 움직임도 영남지역의 ‘표심 잡기’와 관계가 있다. TK(대구 경북) 출신인 김중권(金重權)후보와 PK(부산 경남) 출신인 김기재(金杞載)후보가 호남출신이자 동교동계 실세로 꼽히는 한화갑(韓和甲)후보와의 연대를 선언하자 여타 후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2일 김중권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에서 열린 대구 경북지역 위원장 모임에선 “김중권―김기재―한화갑후보가 협조해야 한다”는 방식의 표현으로 3인 연대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를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20일 부산 경남지역 합동연설회를 전후해 열린 이 지역 위원장 모임에선 김기재후보가 “우리 세 명이 같이 간다”며 3인 연대를 공식 선포한 바 있다. 경선전에서 한 후보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김중권 김기재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연대에 의한 ‘영남표의 결집’에 힘입고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인제(李仁濟)후보측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후보는 20일 부산 경남연설회에서 “대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보장되지 않는 전당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잘못하면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측에 직접 항의전화를 해 ‘3인 연대’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보측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물론 경선전에서 이후보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화갑후보. 이후보측은 “한후보가 최고위원 1위 득표 후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 한다”며 “또다시 호남대통령후보가 나와선 곤란하다”는 논리로 영남권을 파고들고 있다. 이런 논리가 실제로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 한후보측의 주장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