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수교교섭 첫날]기존입장 내세워 탐색전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52분


22일 오후 2시 일본 외무성은 청사내 회의실에서 제10차 북―일 수교교섭의 첫 회의 결과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러나 청사 밖에서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가 들려 브리핑장은 어수선했다. 이날 우익단체 회원들이 20여대의 대형 차량을 타고 청사 주변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며 ‘김정일을 정벌하라’ ‘국제테러집단 북한에 속지 말라’는 등 북한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의 모습은 북―일 교섭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첫 회의에서도 양측 대표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북한은 ‘선(先) 과거 청산’을, 일본은 ‘선 납치 의혹 해소’를 주장했다.

정태화(鄭泰和)북한측대표는 “일본이 과거 청산의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줬으면 한다. 양국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전례에 구애받지 말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일본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 청산을 우선시하는 북한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납치 의혹이나 미사일문제 등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납치 문제를 무시하고 회담을 진행할 경우 국내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한가지 점에서는 같은 속내를 비쳤다. 다카노 고지로(高野幸二郞)일본대표가 “가능하면 신속하게 국교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정 대표도 “20세기의 응어리를 21세기로 가져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화답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협상이 빨리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정부는 빠르면 이달말 북한에 20만∼30만t의 쌀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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