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을지훈련 강행땐 교류 정체"…조평통 성명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37분


북한은 2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실시될 남측의 을지포커스 렌즈 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된다면 ‘6·15 공동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북남 사이의 모든 접촉과 대화, 내왕(왕래)과 협력이 순간의 정체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19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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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을지훈련 비난…남북관계 '둘출변수'

한미연합사령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합동 지휘소 훈련인 을지포커스 렌즈 연습에 대한 북측의 이 같은 경고는 최근 남북의 화해협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비교적 강경한 논조여서 주목된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화 상대방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군사연습이 강행되고 화약내가 떠도는 속에서 화해와 협력이 있을 수 없고 평화가 담보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고 평양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또 조평통 대변인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오늘에 와서까지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 외세와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인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사태”라며 “이는 대화 상대방을 부정하고 세계 앞에 확약한 ‘6·15공동선언’ 자체를 엄중히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측의 경고는 ‘엄포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북한이 남측 군사훈련을 비난하지 않은 경우가 없고 △이번에는 북한 군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았으며 △성명에서 ‘순간의 정체상태’라는 비교적 약한 표현을쓴 점 썼고 △훈련 실시 이틀 전에야 급하게 발표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 당국자는 “군대가 있는 나라는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이처럼 안보적인 문제로 서로를 자극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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