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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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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에 따르면 육포는 거의 모든 방에서 술안주용 혹은 간식용으로 쓰였고 당근주스도 하루 1캔정도씩 소비됐다는 것.
또다른 객실관리자 백연심씨(40)는 “북측 방문단이 50여년만의 가족상봉을 소화해 내기 어려웠는지 여럿이 모여 술자리를 같이한 흔적이 많이 있었으며 재떨이도 빼곡할 정도로 담배도 많이 태웠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는 이들이 북에서 가지고 온 평양문배술과 ‘오미자단물’ 등도 많이 눈에 띄었다. 또 땅콩캐러멜과 초코하임 등 국산 군것질 거리도 방별로 하나 이상씩 소비됐다.
TV시청과 내선 전화의 사용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론트 직원 신교창씨(39)는 “인터폰으로 받은 내용 중 가장 많았던 물음이 TV 리모컨은 어떻게 사용하느냐, 다른방과는 어떻게 연락하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객실관리자들에 따르면 청소를 하기 위해 방을 노크할 때까지 북측 손님들 대부분이 TV를 켜놓고 있었다고 한다. 또 “방송화면이 모두 몇 개냐, 몇 번 몇 번이 남한방송이냐”고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또한 당국이 제공한 각종 일간신문들도 이리저리 접혀져 있어 꼼꼼히 읽은 흔적이 역력했다. 전화기 옆 메모지에는 다른 방 번호와 상황반 번호가 별도로 적혀 있기도 했다.
이들이 체류하는 동안에는 당국의 요청으로 성인방송을 포함한 유료 채널이 모두 통제되고 7, 8층 이외의 외부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북쪽 손님들은 아침에는 거의 예외없이 침구를 가지런히 개놓고 쓰레기도 한곳으로 모아놓은 경우가 많아 청소와 방 정리가 수월했다는 후문. 욕실도 샤워보다는 대부분 욕조에 물을 받아 쓴 경우가 많아 바닥에 물이 튀겨진 자국은 드물었다고 한다.
한편 정춘모씨는 ‘저희들을 위해 때식도 잠도 잊으시고 모든 성의를 깡그리 쏟아부어주신 이금주선생 등 종업원들에게 충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는 메모를 남겼고 다른 방에는 ‘호텔 관리선생님 이 과일을 잡수세요’라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