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향악단 지휘자, 일본인 아내의 순애보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18일 휴전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온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김병화씨(67)가 인민예술가의 칭호를 받는 거장으로 자리잡기까지 남편을 따라 북송선을 탄 일본인 아내의 눈물어린 내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조선화보사가 출간하는 잡지 ‘조선’ 8월호는 김씨와 부인 안예옥씨(68·일본이름 야스다 레이코)의 순애보를 소개했다. 처녀시절 양말공장에서 일하면서 성악활동을 했던 레이코는 1950년대 후반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던 조총련계 청년인 김씨를 만나 열애 끝에 1959년 결혼했다.

야스다는 김씨가 결혼한 지 1년 후 북한으로 귀국하겠다고 하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60년 제25차 귀국선에 올랐다. 그는 이어 안예옥으로 이름을 바꾼 뒤 북한 국립예술극장 성악가수로 활동했다.

김씨는 18일 환영기자회견에서 “조선말이 서툰 아내가 열심히 노래를 해서 고맙게도 인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은퇴해 손자 손녀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 조선은 “조선말 발음이 서툰 그가 ‘문경고개’ ‘내고향’ 등을 부를 때마다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김씨 또한 아내의 극진한 내조로 피아노 연주자에서 국립교향악단 지휘자, 최고인민회의대의원, 인민예술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 레이코는 최근 북한을 찾아온 일본 기자에게 “남편에 대한 사랑만을 안고 온 내가 이땅에서 받은 것은 너무도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한편 조선국립교향악단은 20일 오후 7시반 서울 여의도동 KBS홀, 21일 오후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단독공연을 갖고 21일 오후 7시반(예술의 전당)과 22일 오후7시(KBS홀)에는 KBS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조수미, 첼리스트 장한나가 함께 출연하는 합동공연을 갖는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창작곡으로 알려진 ‘사향가’도 바이올린협주곡으로 편곡돼 연주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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