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측방문단 표정]"언제 다시 평양 볼수 있을지"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0분


남측 방문단은 17일 이른 아침부터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북측 가족들과의 ‘또다른 이별’을 위한 준비를 했다. 아쉬움 때문에 피로도 잊은 듯했다.

○…이들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객실에서 전날 개별상봉 때 미처 전하지 못한 선물을 꼼꼼하게 챙겼다. 부모님 제삿날과 가족 친척들의 생일, 가족관계 등 북의 가족들로부터 확인해서 적어놓은 메모지를 정리하는 이들의 손길은 떨렸다.

현하룡씨(73)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왠지 울적해 일찌감치 일어나 호텔 정문에서 평양시내를 한참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북측 가족들도 이날 단체로 준비한 선물상자를 방문단에게 전달했다. 선물상자에는 들쭉술 3병, 보약 5통, 낙원담배 1보루, 조선고려인삼술, 도자기 등이 담겨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북쪽 가족에 대한 선물로 방문단에게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하나씩 지급했는데 사용방법을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프레스센터에 찾아와 기자들에게 사용법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남측 방문단을 위한 옥류관 만찬에는 서울 남북장관급회담의 수석대표였던 전금진 내각책임참사도 참석했다.

그는 남북회담 참석 횟수를 묻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잘 모르겠다”며 “85년 국회회담 당시 남쪽 대표였던 채문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한동 총리와도 인연이 있다. 남쪽에 지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추석에 즈음해 경의선 복원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잘될 것 같으냐”고 묻자 “8월말 2차 상급(장관급)회담에서 잘될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오후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공연된 민족가극 ‘춘향전’은 애절한 가사와 느린 가락으로 고령의 방문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극 중간중간 무대 좌우에 설치된 자막에 ‘어제는 백년가약 사랑이 넘치더니 오늘은 생이별의 피눈물 넘치는구나’ ‘천년만년 그리운 임 이제서야 만났구려’ ‘꿈이더냐 생시더냐 꿈이라면 깨지 마라’ 등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이별의 아픔을 묘사하는 듯한 가사들이 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평양〓공동취재단>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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