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죽은줄 알았는데 정말 살았느냐"

  • 입력 2000년 8월 16일 18시 58분


“셋째가 살아 있다니 정말이냐?” “예. 오마니, 봉래가 살아 있어요.”

15일 이산가족 집단상봉장인 코엑스몰 컨벤션홀에서 북측의 둘째아들 이춘명씨(70)와 재회의 감격을 나눈 최인창할머니(92)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6·25때 둘째와 함께 의용군으로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던 셋째아들 봉래씨도 북에 살아 있고 평양을 떠나올 때 배웅까지 나왔다는 희소식을 들은 것. 50년간 소실됐던 가계도의 한 대목이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최할머니는 지난달 중순 북측상봉단 명단에서 둘째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뒤 기쁨과 함께 “그럼 셋째는 어떻게 됐지…”라며 지난 한달 내내 “춘명이를 만나 봉래가 살아 있는 것만 확인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평양에서 외국어대교수로 재직중인 춘명씨는 “셋째가 통신사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1남3녀에 손자까지 둔 할아버지”라고 말해 늙은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줬다.

고승남할머니(78·강원 강릉시)도 북에서 온 조카 민병승씨(69)로부터 전쟁통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 민원식씨(79)의 생존을 확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50년을 수절하고 살아온 고할머니는 남편의 재혼 소식에 앞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듯 “오래 살아 꼭 만나보고 싶다”며 다음날 새벽까지 숙소에서 가족들과 얘기꽃을 피웠다.

또 북에서 온 동생 김규설씨(66)로부터 의용군으로 끌려가 생사조차 몰랐던 매형이 황해도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규석씨(59·충북 청주시 상당구)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만날 때까지 꼭 건강히 계셔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끊겼던 가계도를 잇는 감격은 북한의 상봉장에서도 계속됐다. 16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뤄진 개별상봉에서 남측의 이재경씨(80)는 네살때 헤어진 막내딸 경애씨(52)와 함께 생사조차 모르던 남동생 종경씨를 만났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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